잊혀진 사랑/평보
첫 닭이 울었다.
문풍지에 이는 바람으로 그들은
서로의 살내음을 확인하며 사랑으로 다시
이어졌다 마치 세상이 이제 끝이 날 것처럼
서로가 살 속 깊은 곳으로 신음소리를 내었다.
"이제 당신은 기차를 타는 거야 나는 버스를 타겠어"
"그리고 뒤를 돌아 보지마 우린 이제 갈 길을 가는 거야"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무룹 까지 빠지는 개여울 빙판을
딛고 서서 작별을 하였다.
순임 은 울부짖고 있었다
"앞으로 절대로 사랑 때문에 울지 않을 꺼야"
도도히 흐르는 남한강은 이별의
아픔을 대신 울어주었다.
부모들이 좋은 조건 결혼 강요의 순임
학생운동으로 지명수배 전단의 바우.
그들의 훗날 만남은 반백의 초로에 있었다
그 세월 잊혀진 지난 세월은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리움에 대하여 또는 보고싶었다는 것에 대한!!!
다만 남자는 여자보다 정에 약해서
추억을 더듬고 있을 뿐
"우리 아들이 미국에서
국제 변호사를 하고 있어요..바우 씨는
자녀가 몇이죠??"
"아!! 우리 아들놈은 고향에서 농사를 짖고
있지 나도 거기 살아.
남한강이 옆에 흐르고...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개여울 징검다리에
서서 옛날을 회상 할 때가 많았지만.........."
"몇 년 전에 그곳은 스키장으로 변했지. !!!!!"
<이별에 관한 시 모음>
윤수천의 '아름다운 이별' 외
아름다운 이별
우리는 헤어지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오래 빛날 수 있다.
저 높은 곳의 별처럼
멀리 떨어져 있음으로써
더욱 확실할 수 있다.
누가 이별을 눈물이라 했는가
아픔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빛날 수도 없다
아픔이 크면 클수록 더욱 빛나는
이별은 인생의 보석이다.
헤어짐을 서러워하지 말라
이별은 초라하고 가난한 인생에
소중하고 눈부신 보석을 붙이는 일
두고두고 빛날 수 있는
사랑의 명패를 다는 일
(윤수천·시인, 1942-)
사랑법 2
누군가 말했지
헤어져 있을 때 더 많은 축복이 있다고
함께 있을 때 내 님 오직 하나더니
헤어진 지금 온 세상 님으로 가득
(작자 미상)
이별
마음 비우는 일처럼
어려운 일도 없습니다
그리움 깊어갈수록
당신 괴롭혔던 날들의 추억
사금파리로 가슴 긁어댑니다
온전히, 사랑의 샘물
길어오지 못해온 내가
이웃의 눈물
함부로 닦아준 것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요
가슴 무덤에 생뗏장 입히시고
가신 당신은
어느 곳에 환한 꽃으로 피어
누구의 눈길 묶어두시나요
마음 비우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당신은 내 곁에 없었습니다
아픈 교훈만
내 가슴 무덤풀로 자랐습니다
(이재무·시인, 1958-)
이별(離別)에게
지우심으로
지우심으로
그 얼굴 아로새겨 놓으실 줄이야
흩으심으로
꽃잎처럼 우리 흩으심으로
열매 맺게 하실 줄이야
비우심으로
비우심으로
비인 도가니 나의 마음을 울리실 줄이야
사라져
오오,
永遠을 세우실 줄이야
어둠 속에
어둠 속에
寶石들의 光彩를 길이 담아 두시는
밤과 같은 당신은, 오오, 누구이오니까!
(김현승·시인, 1913-1975)
마음에게
신록이여,
죽은 마음에 움트는 강철의 새 잎이여
나는 이제 어떤 이별도 껴안을 수 있다
저렇게 많은 사랑들이, 저렇게 많은 아픔들이
자기와의 투쟁을 통과하여 이제 막 연록
햇빛 속으로 걸어나온 사람들이라니
(이시영·시인, 1949-)
낙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형기·시인, 1933-2005)
그대는 들으소서
하루에도 몇 번씩
눈감는 소리
그 깊은 속눈썹의 떨림을
그대는 들으소서
어둠 속에 눈물 한 방울
툭, 떨어지는 소리
그대 들으소서
그대를 생각할 때면
혼자 흔들리던 그네처럼
내 마음, 허공 속에
흔들립니다
나의 태양, 나의 태양이여
이제는 돌아서야만 할 시간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은
그대 잠시 돌아보던
노을 속에 적었습니다
밤이 깊을수록
점점 밝아지던 눈빛
그대만의 별을 찾아 헤매던
내 눈빛의 서러움
그대는 들으소서
이 세상 어느 곳에 있든지
그대는 들으소서... 들으소서...
(최옥·시인)
나도 그랬듯이
머지 않아 그 날이 오려니
먼저 한마디 하는 말이
세상만사 그저 가는 바람이려니,
그렇게 생각해 다오
내가 그랬듯이
실로 머지 않아 너와 내가 그렇게
작별을 할 것이려니
너도 나도 그저 한세상 바람에 불려가는
뜬구름이려니, 그렇게 생각을 해다오
내가 그랬듯이
순간만이라도 얼마나 고마웠던가
그 많은 아름답고
슬펐던 말들을 어찌 잊으리
그 많은 뜨겁고도 쓸쓸하던
가슴들을 어찌 잊으리
아, 그 많은 행복하면서도
외로웠던 날들을 어찌 잊으리
허나, 머지 않아 이별을 할 그날이 오려니
그저 세상만사 들꽃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생각을 해 다오
행복하고도 쓸쓸하던 이 세상을
내가 그렇게 했듯이
(조병화·시인, 1921-2003)
꽃샘추위
이별은 쉽게
허락되지 않는 것
겨울 끝자락의
꽃샘추위를 보라
봄기운에 떠밀려
총총히 떠나가면서도
겨울은 아련히
여운을 남긴다
어디 겨울뿐이랴
지금 너의 마음을
고요히 들여다 보라
바람 같은 세월에
수많은 계절이 흘렀어도
언젠가
네 곁을 떠난
옛 사랑의 추억이
숨결처럼 맴돌고 있으리
(정연복)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자목련/도종환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 만나서 고통스러웠다
마음이 떠나버린 육신을 끌어안고
뒤척이던 밤이면
머리맡에서 툭툭 꽃잎이
지는 소리가 들렸다
백목련 지고 난 뒤
자목련 피는 뜰에서
다시 자목련 지는 날을
생각하는 건 고통스러웠다
꽃과 나무가
서서히 결별하는 시간을 지켜보며
나무 옆에 서 있는 일은 힘겨웠다
스스로 참혹해지는
자신을 지켜보는 일은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 만나서 오래 고통스러웠다
사진첩에 꽃아둔 계절 /김기만
낙엽이 질 때 쯤이면
나도 그대를 잊었겠지요.
사진첩에 꽂아 둔 지난 계절처럼
그대를 잊었겠지요.
그리우면 그리운대로 살렵니다.
그토록 못잊어 애타는 마음도
그토록 못잊어 미워하던 그 마음도
가을이 질 때 쯤이면
거짓말처럼 잊었겠지요.
먼 발치서 그리워하는 게 사랑이라면
그리우면 그리운대로 살렵니다.
낙엽이 질 때 쯤이면
참말인 듯 거짓말인 듯
사랑/이정하
마음과 마음사이에
무지개가 하나 놓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사라지고 만다는 것은
미처 몰랐다
쓸쓸한 섬/정일근
우리는 서로를 보지 못했는지 모른다
서로 바라보고 있다고 믿었던 옛날에도
나는 그대 뒤편의 뭍을
그대는 내 뒤편의 먼 바다를
아득히 바라보고 있었는지 모른다
나는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섬이다
그대는 아직 내릴 곳을 찾지 못해 떠도는
저녁 바다 갈매기다
우리는 아직 서로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내 밤은 오고 모두 아푸게 사무칠 것이다
가고 오지 않는 사람 /김 남 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기다려 줍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 없습니다
부디 먼저 사랑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나중에까지
지켜주는 이 됩시다
낙화/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흐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진달래꽃/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히 보내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강우/김춘수
조금 전까지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 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지지미 맴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
어디로 갔나,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옆구리 담괴가 다시 도졌나, 아니아니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한 뼘 두 뼘 어둠을 적시며 비가 온다.
혹시나 하고 나는 밖을 기웃거린다.
나는 풀이 죽는다.
빗발은 한 치 앞을 못 보게 한다.
왠지 느닷없이 그렇게 퍼붓는다.
지금은 어쩔 수 없다고.
이별한 자가 아는 진실/신 현 림
담배불을 끄듯 너를 꺼버릴 거야
다 마시고 난 맥주 캔처럼 나를 구겨버렸듯
너를 벗고 말 거야
그만, 너를, 잊는다,고 다짐해도
북소리처럼 너는 다시 쿵쿵 울린다
오랜 상처를 회복하는 데 십년 걸렸는데
너를 뛰어넘는 건 얼마 걸릴까
그래, 너는 나의 휴일이었고
희망의 트럼펫이었다
지독한 사랑에 나를 걸었다
뭐든 걸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 생각했다
네 생각 없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너는 어디에나 있었다 해질녘 풍경과 비와 눈보라,
바라보는 곳곳마다 귀신처럼 일렁거렸다
온몸 휘감던 칡넝쿨의 사랑
그래, 널 여태 집착한 거야
사랑했다는 진실이 공허히 느껴질 때
너를 버리고 나는 다시 시작할 거야
빈집 / 유경환
툇돌에 흰 고무신 놓여 있다
치울 생각을 바람도 안 한다
바람때에 절어 색이 변했다
가버린 사람
달력 보듯 그립다
볼 적마다 바람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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