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음

잡초에대한시모음 엘비라마디간(시모음4부)

훼브스 2020. 7. 20. 15:24

 꽃그림 화가 엘랑비탈의 눈에 들어온 보도블럭속에  피어난 꽃

  창경궁 문화행사에 참가했던 동우회에서식사를 하기위해 원서동 만두집을 찾았을 때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보도 블록 사이로 비집고 나와 꽃을 핀 강한 잡초 같은 생명력의 의지를 보며 김미숙 화가는 탄성을 질렀습다

  그녀는 엘랑비탈생명의폭발을 테마로 해서 그림을 그리는 분 이라 꽃 한송이 그냥 넘기지 않고 사진에 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10월말 11초까지 당진 한스갤러리에서 초대 개인전을 했었는데 기자와의 대담 신문기사를 보면기자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섬에서 생활은 도시와 달리 평온해서 마음이 편해요. 작업을 하다가 잠시 쉴 때 풀속에 있는 작은 꽃들이 눈에 들어왔죠. 누가 봐도 보잘 것 없는 작은 꽃들이었는데 그 꽃들과 가만히 대화를 하다보니까 작은 꽃들이 뿜어내는 생명력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품 속 꽃들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죠. 모두 제 마음속의 꽃을 떠올려서 그렸거든요. 처음에는 작은 꽃의 생명력에 반해서 꽃그림을 시작했지만 언제부턴가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한 송이의 꽃으로 느껴졌어요.지금은 꽃 하나마다 한사람, 한사람의 개성을 떠올리면서 작품을 그려내요

 

섬에 화실이 있는 김 작가는 작은꽃의  생동감에 항상 영감을 얻어 갑니다

흔히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잡초 콘크리트 틈새로 비집고 나오는 민들레  제비꽃 밟히고 또 밟혀도 견뎌내는 질경이풀 그들도 꽃들이 예쁘기만 합니다

 

생명의 환희와 존엄을 항상 잡초와 들꽃에서영감을 얻어 가는 김작가의 그날 음식점 앞에서의 꽃의 엘랑비탈에  반가워하는 모습에서행복바이러스를 꾹꾹 눌러 담아 작품마다 행복한 기운이 전달되길 바란다는 기자와의 인터뷰 끝 부분이 생각났습니다

    

 

 

검은 아스팔트

거리에 푸른 잡초/김한기

 

모든 일이 망한 후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면

아스팔트 도시 거리 구석진

어딘가에 잡초가 자라듯

몇 가지 남은 것이 있다

적지만 그것을 잡아라

그것이 곧 희망으로

이어주는 인연이기 때문이다

 

 

 

 

 

 

<잡초에 관한 시 모음> 김종익의 ´잡초´ 외

잡초
`
사람들아
잡초라고 함부로 짓밟지 마라
쇠뜨기 명아주 애기똥풀
개망초 며느리배꼽
식물도감에 버젓이 올라 있는
고향을 지키는 민초들이다
거친 산야 살찌게 하는
우리는 꽃이다
한 송이 꽃도 피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잡초다


(김종익·시인)

 

<

 



 잡초

언제부터 잡초였을까
풀잎의 이름
눈여겨보아 주는 이 없이
마음껏 들판을 뛰다
숲 속
개울가
저희끼리 모여 색깔 내고
향기 뿜는다


(장미숙·시인, 충남 홍성 출생)

 

 

 

 



잡초 - 둑길行·34

밤새도록
폭풍우가 몰아쳤는데도
자고 일어나 나아가 보니
둑길의 잡초들이 살아 있었다
아, 아침 햇살 속에서
진땀을 흘리며
하이야니 저런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구재기·시인, 1950-)

 

 

 

 

 



 잡초

살고 싶은
끈질긴 의지를
한줌 흙에 묻고
뿌리를 내린다
줄기를 세운다

철 따라
보호색을
부지런히 갈아입고

그늘 진 나무 아래서도
바람 타는 길섶에도
잎새를 키워가며

잡초란
이름으로도
꽃을 피우고 있다


(한정숙·시인)

 

 

 

 



 잡초

산과 들 마을 언저리에
인기 없는 이름으로

꽃 피는 춘삼월(春三月)도
결실의 가을에도

한평생 버림받은 한(恨)
길고도 긴 생명. 


 (이풍호·시인, 충남 예산 출생)  

 

 

 

 

 




 雜草

보도블록 틈새
이름 없는 잡초가
담에 갇혀 있다.

우리의 삶도
저러하려니

울타리로 막을 수 없는
봄이
블록 담을 밀어내고 있다.

우리의 봄도
저러하려니. 


 (진의하·시인, 1940-)

 

 

 

 


 잡초

잡초도 키가 자랄 때가 있다
하늘만큼은 아니더라도
파아란 잎을 피워
헐벗은 어깨와 등줄기를 가리울 때가 있다
잡초는 세찬 바람을 예감하며
허리가 부러지기까지
자라선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지랖을 넓게 펴고
찢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잡초도 꽃을 피울 때가 있다
여리디 여린 꽃망울이
부신 햇볕에 다소곳이 눈이 감길 때
그늘이 지지 않는 작은 키의 축복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름이 가고 겨울이 오는 동안
폭우와 지는 잎과 거센 눈발 속에서
단 한번 피워냈던 꽃망울의 추억에 겨워
잡초는 다가올 봄을 또 끈기 있게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현식·시인, 1938-)

 

 

 

 

 



 잡초의 삶

땅이 쩍쩍 갈라지는 가뭄
바람에 실려 온
안개 한 자락 움켜쥐고도
싹을 틔웠던 집념

먼지 풀썩거리는 길섶 어디이건
뿌리는 지심(地心)을 향하여
더욱 더 강한 힘으로 파고들어
돌 틈이건 비탈이건
누구를 탓하랴
끈질기게 자신을 지켜내는
오, 그리하여 보아주지 않는

꽃도 피워내며
불끈 흙을 움켜쥐고
밟히어도 잘리어도
지켜내는 삶

때로는 뒤엉켜 후회스럽던 시간도
저 무한순환의 고리에 매어두고
모든 존재와 하나 되기 위하여
말없이 눕는다


(유창섭·사진작가 시인, 1944-)

 

 

 

 



 잡초

늦겨울의 누런 잔디 사이로
보도블록 갈라진 틈으로
파릇파릇 고개 내밀기 시작한
어린 쑥 씀바귀 질경이
낯익은 잡초들
어린 시절 찧고 이개어
소꿉놀이하던 풀포기들 바라보니
마음은 고향에 온 듯 안온하다
화려하게 얼굴 내민 꽃송이 하나 없이
땅바닥에 잔잔하게 엎드린 풀들
그냥 스쳐지나가다
무심한 눈에는 띄지도 않다가
문득 눈물겹게 어여쁘다
어느 쓸쓸한 날

내 삶도 저 정도는 될까
매일은 아니고 모두에게도 아니고
어쩌다 가끔 누군가에게
따스한 그리움 주는
저 씀바귀 질경이만큼은 살고 있을까


(조향미·시인, 경남 합천 출생)

 

 

 

 

 

 


 잡초의 꿈

짐승에 밟히고
때론 인간에게 밟혀도
잡초는 다시 일어선다.
조상 적부터 잡초로 살아와
밟히는 일에 이골이 났다.
자신들의 신분을 알기에
화초를 부러워하거나
인간들이 북돋아 주는
채소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맨몸으로 태어나
비바람에 휘청거리며
까만 밤이면 두려움에 떨지만
아침 햇살을 기다리며
기나긴 시간을 견딘다.
농부가 휘두르는 낫날에
사정없이 몸이 잘려나가도
운명 앞에 굴복하지 않고
새순으로 돋아나 저항한다.
잡초의 시들지 않는 꿈은
황무지에 꽃을 피우고
사막을 풀밭으로 바꾸며
삭막한 도시에 풀 냄새가 풍기는
자기들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전봇대와 콘크리트 담벼락까지
인간들에게 빼앗긴 영토를
되찾아 오고 싶어
오늘도 안간힘을 다해
울타리를 기어오르고 있다. 


 (박인걸·목사 시인)

 

 

 

 

 

 

 



 잡초

잡초는 끈질기게 버팅기는

힘이 있습니다
밟아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다시 솟구치는 힘이 있습니다
뙤약볕 아래서도 시들지 않으며
설령 시든다 할지라도
잠시잠깐 기죽은 듯 쓰러졌다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섭니다
숱한 발걸음이 짓밟고 갈지라도
원망하거나 투정부리지 않고
묵묵히 견뎌내는 힘이 있습니다
옥토보다는 박토를 좋아하며
몸과 흙이 불이不二가 아닌
하나의 든든한 뿌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잡초는 끈질기게 버팅기는 힘이 있습니다
밟아도 밟아도 쉬이 주눅들지 않고
다시 솟아오르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 인생도 잡초처럼 강인하고
생명력이 왕성했으면 좋겠습니다


(반기룡·시인)

 

 

 

 

 

 

 



 잡초와 싸워본 사람은 알리라

잡초와 싸워본 사람은 알리라
생명력·창조력이 얼마나 악마적인지를
모든 신적인 것은 또한 악마적이다
야곱처럼 이 창조력과 우리는 씨름해야 한다
포르노 인터넷 사이트, 패스트푸드 체인점
쏟아지는 소비재들 분명히 창조력의 소산이다
의식적으로 生命 편에

서지 않으면 파괴력이 되는 창조력


(김영무·평론가 시인, 1944-)

 

 

 

 

 



들판을 푸르게 하는 것은 잡초다

저 푸른 들판을 보라
얼마나 아름다운가

들판을 푸르게 하는 것은
잘난 장미도 백합도 아니다

이름도 없는
있어도 불려지지도 않는
잡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제각기 자리잡아
제 역할에 충실한 들풀

그들이 들판을 푸르게 한다
소리 없는
그들이 세상을 지탱한다.


 (이문조·시인)

 

 

 

 

 



 잡초·2

이해할 수 없어요
우리들의 살아감을
늘 바람에 흔들리고
늘 비에 젖어 쓰러지고
가뭄에 목말라 죽게 되었어도
환장은 하지 않았어요, 살겠다고
뿌리 뻗어 남의 땅을 탐한 적도 없고요
그런데도 우리는 늘 쫓겨다녀요
사람들의 그 철면피한 발길을 피해
사람들의 그 무자비한 손아귀를 피해
흔들리면서
쓰러지면서
더러는 기근에 허덕이면서도
왜 그래야만 하나요, 하나님
그래도 사는 것은 즐거운가요


(오승강·시인, 1953-)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화실주변 소국의 꿀을빠는 벌새

 

 

 

 

 

 

 

 

 

 

Amapola(Mi Sook Kim Singapore at exhib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