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음

심훈시모음(배우윤주빈시낭독)

훼브스 2020. 12. 9. 12:34

 

 

2019 31

 

요즈음 금수만도 못하고 똥물보다

더러운 인간이 독립운동선열들을

오욕 시키며 광주시민들을 저주하니

그것이 한스럽구 한스럽다

 

마침 오늘이 3.1운동 100주년 기념일

이라 광화문 광장에서 대통령께서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이 이어지는데

 

친우 춘곡이 심훈의 시와 옥중편지를

보내니 내 눈물이 글썽이며 심훈의

시를 엮어 보리라

 

 

 

 

심훈이 옥중에서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어머님!

우리가 천 번 만 번 기도를 올리기로서니

굳게 닫힌 옥문이 저절로 열려질 리는 없겠지요.

우리가 아무리 목을 놓고 울며 부르짖어도

크나큰 소원(민족독립)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리도 없겠지요.

그러나 마음을 합하는 것처럼 큰 힘은 없습니다.

 한데 뭉쳐 행동을 같이 하는 것처럼

무서운 것은 없습니다.

우리들은 언제나 그 큰 힘을 믿고 있습니다.

생사를 같이 할 것을 누구나 맹세하고 있으니까요.

그러기에 나이 어린 저까지도 이러한

고초를 그다지 괴로워하여 하소연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 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頭蓋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기차

깊은 밤, 캄캄한 하늘에

길게 우는 저 기적 소리
어디로서 오는 차인지,
그는 몰라도
만나서 웃거나 보내고 울거나
나는 몰라도
간신히 얻은 고운 임의 꿈을
행여 깨우지나 말아라.

 

 

 

 

 

 

가배절(嘉排節)

                         

팔이 곱지 않았으니 더덩실 춤을 못 추며
다리 못 펴 병신 아니니 가로 세로 뛰진들 못 하랴
벼 이삭은 고개 숙여 벌판에 금물결이 일고
달빛은 초갓집 용마루를 어루만지는 이 밤에 
뒷동산에 솔잎 따서 송편을 찌고
아랫목에 신청주 익어선 밥풀이 동동
내 고향의 추석도 그 옛날엔 풍성했다네
비렁뱅이도 한가위엔 배를 두드렸다네.

기쁨에 넘쳐 동네방네 모여드는

그날이 오면

기저귀로 고깔 쓰고 무둥 서지 않으리
쓰레받기로 꽹가리치며 미쳐나지 않으리
오오 명절이 그립구나! 단 하루의

경절慶節이 가지고 싶구나

 

  

 

 

 

고루의 삼경 
 
                  
 눈이 쌓이고 쌓여
객창을 길로 덮고
몽고바람 씽씽 불어
왈각달각 잠 못 드는데
북이 운다 종이 운다.
대륙의 도시, 북경의 겨울 밤에 
화로에 <메틸>도 꺼지고
벽에는 성애가 슬어
얼음장 같은 <> 우에
새깃처럼 오그린 몸이
북소리 종소리에 부들부들 떨린다.

지구의 맨 밑바닥에 동그라미 앉은듯
마음조차 고독에 덜덜덜 떨린다.
거리에 땡그렁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고려사(高麗寺
 
                     
운연雲烟이 잦아든 골에 독경 소리 그윽고나
예 와서 고려 태자 무슨 도를 닦았던고

그래서 내 집엔 양하여 두 번 세 번 찾았네.

..........................................................
*호수湖水의 남단南端에 고려태자가

세웠다는 낡은 자그마한 암자.

  

 

  

 

상해의밤


우중충한 <농당弄堂> 속으로
<*훈둔> 장사 모여들어 딱딱이 칠 때면
두 어깨 웅승그린 연놈의 떠드는 세상
집집마다 마작판 두드리는 소리에
아편에 취한 듯 상해의 밤은 깊어 가네.
발 벗은 소녀, 눈먼 늙은이를 이끌며
구슬푼 호궁胡弓에 맞춰 부르는 맹강녀 노래
애처롭구나 객창에 그 소리 창자를 끊네.

사마로 오마로 골목 골목엔
<이래양듸>, <량쾌양듸> 인육人肉의 저자
침의浸衣 바람으로 숨바꼭질하는

<*야아지>의 콧장든이엔
매독이 우글우글 악취를 풍기네
집 떠난 젊은이들은 노주잔을 기울여
걷잡을 길 없는 향수에 한숨이 길고
취하고 취하여 뼛속까지 취하여서는
팔을 뽑아 장검인 듯 휘두르다가
채관 <소파>에 쓰러지며 통곡을 하네.

어제도 오늘도 산란한 혁명의 꿈자리!
용솟음치는 붉은 피 뿌릴 곳을 찾는
<까오리> 망명객의 심사를 뉘라서 알고
영희원影戱院 <산데리아>만 눈물을 짓네.

...............................................................
*훈둔  조그만 만두 속 같은 것을 빚어 넣은 국
*야아지  밤거리 여인 중에도 제일 낮은 축들
*까오리  고려高麗

    

 

 

  

  

마음의 낙인(烙印)

 

 

마음 한복판에 속 깊이 찍혀진 낙인을
몇 줄기 더운 눈물로 지어 보려 하는가,
칼끝으로 도려낸들 하나도

아닌 상처가 가시어질 것인가,
죽음은 홍소哄笑한다. 머리맡에 쭈르리고 앉아서......
자살한 사람의 시집을 어루만지다 밤은 깊어서
추녀 끝의 풍경 소리 내 상여 머리에 요령이 흔들리는 듯.
혼백은 시꺼먼 바닷속에 잠겨 자맥질하고
허무히 그림자 악어의 입을 벌리고 등어리에

소름을 끼얹는다.

쓰라린 기억을 되풀이하면서 살아가는 앞길은
행복이란 도깨비가 길라잡이 노릇을 한다.
꿈속에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는 어릿광대들
개미 떼처럼 뒤를 따라 첫바퀴를 돌고 도는걸......

<캄풀> 주사 한 대로 절맥되는 목숨을 이어 보듯이
젊은이여 연애의 한 찰나에 목을 매달려는가?
혈관을 토막토막 끊으면 불이라도 붙을 성싶어도
불 꺼져 재만 남은 화로를 헤집는 마음이여!

모든 것이 모래밭 우의 소꼽장난이나 아닌줄 알았더면
앞장을 서서 놈글과 걷고 틀어나 볼 것을
길거리로 달려나가 실컷 분풀이나 할 것을
아아 지금엔 희멀건 허공만이 내 눈앞에 틔어 있을 뿐....

 

 

 

 

 

 

광란의 꿈

 

블어라, 불어!
하늘 꼭대기에서
내리 잘리는 하늬바람,
땅덩이 복판에 자루를 박고
모든 것을 휩싸서 핑핑 돌려라.
머릿속에 맷돌이 돌 듯이
세상은 마지막이다, 불어 오너라.
쏟아져라, 쏟아져!
바다가 거꾸로 흐르듯
폭포수 같은 굵은 빗발이
쉴 새 없이 기울여 쏟아져서
사람의 새끼가 짓밟은
땅 우의 모든 것을
부신 듯이 씻어 버려라!

번갯불이 번쩍
으지끈 뚜욱 따악
벼락 불똥이 튀어
뾰족집을 후려갈기고
우상, 동상을 자빠뜨리고
선정비, 송덕비, 영세불망비,
닥치는 대로 깨뜨려서
모든 거룩하다는 것 우에
벼락불의 세례를 내려라.

지진이다, 지진, 대지진이다!
나무 뿌리가 하늘로 솟고
바윗덩이가 굴러 내린다.
지구는 두 쪽에 갈라지고
모든 것은 가꾸로 섰다, 뒤집혀졌다.

불이야, 불이야!
분 바른 계집의 얼굴을 끄스르고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는
조동아리를 지져 놓아라!
길로 쌓인 인류의 역사를
 <페이지>부터 살라 버리고
천만 권 거짓말의 기록을
모조리 깡그리 태워 버려라.

16억 사람의 씨알들이
악마구리 끓듯 한다, 아우성을 친다.
사람은 이빨을 갈며
사람의 고기를 물어뜯고
뼉다귀를 다투어 깨무는
주린 짐승의 으르렁거리는 소리!
해골을 쪼아먹는 까마귀의 떼울음!

불길이 훨훨 날으며
온 지구를 둘러쌌다.
새빨간 혀 끝이 하늘을 핥는다.
모든 것은 죽어 버렸다.

명예도, 욕망도, 권력도, 야만도, 문명도

바람소리 빗소리!
해가 떨어지고 별은 흩어지며
땅이 울고 바다가 끓는다.
모든 것은 원소로 돌아가고
남은 것이란 희멀건 공간 뿐이다,
오오 이제까지의 인류는 멸망하였다!
오오 오늘까지의 우주는 개벽하고 말았다!

 

 

 

   

 

해당화

 

해당화 해당화 명사십리 해당화야
한 떨기 홀로 핀게 가엾어서 꺽었더니
내 어찌 가시로 찔러 앙갚음을 하느뇨.
빨간 피 솟아 올라 꽃잎술에 물이 드니
손끝에 핏방울은 내 입에도 꽃이로다
바닷가 흰 모래 속에 토닥토닥 묻었네

 

 

 

 

 

 

눈 밤 
 
소리 없이 내리는 눈, 한 치, 두 치

마당 가뜩 쌓이는 밤엔
생각이 길어서 한 자외다, 한 길이외다.
편편이 흩날리는 저 눈송이처럼
편지나 써서 온 세상에 뿌렸으면 합니다

 

 

 

 

 

 

첫 눈 
 
                    
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립니다.
삼승버선이 엎어 신고 사뿟사뿟 내려앉습니다.
논과 들과 초갓집 용마루 위에
배꽃처럼 흩어져 송이송이 내려앉습니다.
조각조각 흩날리는 눈의 날개는
내 마음을 고이고이 덮어 줍니다.
소복 입은 아가씨처럼 치맛자락 벌리고
구석구석 자리를 펴고 들어앉습니다.

그 눈이 녹습니다. 녹아 내립니다.
남몰래 짓는 눈물이 속으로 흘러들 듯
내 마음이 뜨거워 그 눈이 녹습니다.
추녀 끝에, 내 가슴 속에 줄걸이 흘러 내립니다

 

 

 

 

 

 

봄의 서곡 
 
               
 동무여,
봄의 서곡을 아뢰라.
심금(心琴)엔 먼지

앉고 줄은 낡았으나마
그 줄이 가닥가닥 끊어지도록
새 봄의 해조(諧調)를 뜯으라!
그대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픈 줄이야 말 아니 한들

어느 누가 모르랴
그러나 그 아픔은 묵은 설움이
엉기어 붙은 영혼의 동통이아니요
입술을 깨물며 새로운 우리의 봄을
빚어 내려는 창조의 고통이다.
진달래 동산에 새 소리 들리거든

너도 나도 즐거이 노래 부르자

 

범나비 쌍쌍이 날아 들거든
우리도 덩달아 어깨춤 추자.
밤낮으로 탄식만 한다고

우리 봄은 저절로 굴러들지 않으리니
그대와 나, 개미 떼처럼
한데 뭉쳐 꾸준하게 부지런하게
땀을 흘리며 폐허를 지키고
또 굽히지 말고 싸우며 나가자.
우리의 역사는 눈물에 미끄러져
뒷걸음치지 않으리니

동무여,
봄의 서곡을 아뢰라
심금엔 먼지 앉고 줄은 낡았으나마
그 줄이 가닥가닥 끊어지도록
닥쳐올 새 봄의 해조를 뜯으라

 

 

 

 

 

 

나의 강산이여 
 
높은 곳에 올라 이 땅을 굽어보니
큰 봉우리와 작은 뫼뿌리의 어여쁨이여,

아지랑이 속으로 시선이 녹아드는 곳까지

오똑오똑 솟았다가는 굽이쳐 달리는

그 산 줄기 네 품에 안겨 딩굴고 싶도록 아름답구나.
소나무 감송감송 목멱의 등어리는
젖 물고 어루만지던 어머니의 허리와 같고

삼각산은 적의 앞에 뽑아든 칼끝처럼

한 번만 찌르면 먹장구름 쏟아질 듯이
아직도 네 기상이 늠름하구나.

에워싼 것이 바다로되 물결이 성내지않고

샘과 시내로 가늘게 수놓았건만 그 물이 맑고

 

그 바다 푸르러서,
한 모금 마시면 한백년이나 수를 할 듯

퐁퐁퐁 솟아서는 넘쳐넘쳐 흐르는구나.

할아버지 주무시는 저 산기슭에
할미꽃이 졸고 뻐꾹새는 울어예네
사랑하는 그대여, 당신도 돌아만 가면

저 언덕 우에 편안히 묻어 드리고
그 발치에 나도 누워 깊은 설움 잊으오리다.

바가지 쪽 걸머지고 집 떠난 형제,
거칠은 벌판에 강냉이 이삭을 줍는 자매여,
부디부디 백골이나마 이 흙 속에 돌아와 묻히소서
오오 바라다볼수록 아름다운 나의 강산이여!

 

 

 

 

 

 

잘 있거라 나의 서울이여 
 
                       
오오 잘 있거라! 저주받은 도시여,
<폼페이>같이 폭삭 파묻히지도 못하고,
지진때 동경처럼 활활 타 보지도 못한
꺼풀만 남은 도시여, 나의 서울이여!
성벽은 토막이 나고 문루는 헐려
<해태>조차 주인 잃은 궁전을 지키지 못하며
반 천년이나 네 품속에 자라난 백성들은
산으로 기어오르고 두더지처럼 토막(土幕) 속을 파고들거니
이제 젊은 사람까지 등을 밀려 너를 버리고 가는구나?

남산아 잘 있거라, 한강아 너도 잘 있거라

 

 

 

 

 

 

겨울밤에 내리는 비  
 
                   
뒤숭숭한 이상스러운 꿈에
어렴풋이 잠이 깨어
힘없이 눈을 뜬 채 늘어져
창 밖의 밤비 소리를 듣고 있다.

음습한 바람은 방 안을 휘돌고
개는 짖어 컴컴한 성 안을 울릴 제
철 아닌 겨울밤에 내리는 비!
나의 마음은 눈물비에 고요히 젖는다.

이 팔로 향기로운 애인의 머리를 안고
여름밤 섬돌에 듣는 낙수의 <피아노>
즐거운 속살거림에 첫닭이 울면
그윽하던 그 밤은 벌써 옛날이어라.

오 사랑하는 나의 벗이여!
꿈에라도 좋으니 잠깐만 다녀가소서
찬 비는 객창에 부딪치는데 긴긴 이 밤을
, 나 홀로 어찌나 밝히잔 말이냐.

 

 

 

 

 

 

 

조선은 술을 먹인다 
 
                  
조선은 마음 약한 젊은 사람에게 술을 먹인다
입을 벌리고 독한 술잔으로 들이붓는다

그네들의 마음은 화장터의 새벽과 같이 쓸쓸하고

 

그네들의 생활은 해수욕장의 가을처럼 공허하여
그 마음 그 생활에서 순간이라도 떠나고저 술을 마신다
아편 대신으로 죽음 대신으로 알코올을 삼킨다

가는 곳마다 양조장이요 골목마다 색주가다
카페의 의자를 부시고 술잔을 깨뜨리는 사나이가
피를 아끼지 않는 조선의 [테러리스트]
파출소 문 앞에 오줌을 갈기는 주정꾼이
이 땅의 가장 용감한 반역아란 말이냐?
그렇다면 전봇대를 붙잡고 통곡하는 친구는
이 바닥의 비분을 독차지한 지사로구나

아아 조선은,마음 약한 젊은 사람에게 술을 먹인다
뜻이 굳지 못한 청춘들의 골을 녹이려 한다
생나무에 알코올을 끼얹어 태워버리려 한다

 

 

 

 

윤봉길 의사의 종손인 배우 윤주빈이 3.1절 100주년

 기념식에서 `심훈 선생이 옥중에서 어머니께

보낸 편지`를 낭독했다.

윤주빈은 1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거행된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피아노에 맞춰 `

심훈 선생이 옥중에서 어머니께 보낸 편지`를 낭독했다.

윤주빈은 윤봉길 의사의 종손이다.

윤봉길 의사는 윤주빈의 큰할아버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