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음

꽃 앞에서 바지춤을 내리다(청산은나를보고)

훼브스 2020. 12. 8. 19:30

 

 

 

꽃 앞에서 바지춤을 내리다 / 복효근

 

급한김에화단 한구석에 바지춤을 내린다 힘없이 떨어지는 오줌발 앞에꽃 한송이 아름답게 웃고 있다꽃은 필시 나무의 성기일시 분명한데꽃도 내그것을 보고 꽃이라 할까?나는 나무의 그것을 꽃이라 부르고꽃은 나를 좆이라 부른다  개장수가 지나가다/복효근

 

개 팔아요 개삽니다큰개 작은개 삽니다개 팔아요 개-애 하면서개장수 차가 지나간다개장수는 차속도를 줄이더니가만히 서있는 나를위아래로 한참이나 흝어보고 간다  개한데 배우다 복효근 동내 똥개 한 마리가우리집마당에 와 똥을 싸놓곤 한다오늘 마침그놈의 미주알이 막 벌어지는 순간에나에게 들켜서나는 신발 한 짝을 냅다 던졌다보기 좋게 신발은 개를 벗어나송글 송글 몽우리를 키워가던매화나무에 맞았다애꿎은 매화봉우리만 몇 개 떨어졌다옆엣놈이 공책에 커다랗게 물건 하나를 그려놓고선생 자지라고 써놓은 것을 보고 킥킥웃다가페 타이어로 만든 쓰레빠로괜한 나만 뺨을 맞은 국민학교적이 생각나볼 붉은 매화가 얼마나 아팠을까 안쓰러웠다나도 모름지기 국가에서 월급받는 선생이 되었는데오늘 개한데 배운셈이다신발은 그렇게 쓰는게 아니라고매화 가 욕을 할 줄 안다면저 개같은 선생 자지라고 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