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학 개론- 痛點 6 위승희나는 족보가 건실한 것과 교배되길 원했어정말 맘에 드는 그와 만나게 된 이후 우린"영원"을 맹세했네산기슭, 강 가, 혹은후미진 골목에서 우리는 헐떡이고 있었네우우 개침을 흘리며 주위 시선에 아랑곳없이서로를 핥았네 내 털을 곤두서게 하는그 숨소리의 오르가슴 어느 틈에 우린 격정적이 되었네지나치게 서로를 할퀴기 시작했네살 속으로 박혀드는 날카로운 발톱으로가죽을 찢으며 번들거리는 눈빛으로털이빠진 서로의 꼬리를 물어뜯기 시작했네서로의 핏자욱을 바라보다가 주린 배를냉수로 채우고 먹이처럼 권태를 먹으며돌아셨네 그가 말했네-컹, 컹, 컹-어느날 나는 보았네 털이 길고 곱슬한조금야해 보이는 종자와 헐떡이는 그를,새로운그의 맹세는 결연해 보였네-컹, 컹, 컹-사랑이란 변하는 것의 '영원'이었네정말 개 같았네.
위승희, 이별, 그 사소함우리의 사랑보다 우리의 이별은 너무나 사소했네늘 만나던 까페의 익숙함이신선하지 않을 인사를 나누며그대는 창가에서 두 번째 테이블의 덮개가 삼 센티쯤밀려나간 것을 바라보고나는 절망으로 자라난 손톱을 자르지 못했다고말해야 하는지를 생각하지그대 눈빛에서 꽃 피고 꽃 지는 소리 사라짐은꽃가게의 꽃들이 너무 많아서였다고잇몸을 다 드러내고 웃는 그대 입안으로 바람 움트는 지루함그대 돌아서는 뒷모습에서 쟈켓 한 귀퉁이 조금씩 구겨 올라간 것을또는 그대가 떠난 자리에 의자 쿠션이 조금 움폭 가라앉은 것을일일이 기억해야 하는 권태의 바지 드라이크리닝된 그대의 허무가세탁소 그늘에 내걸릴 쯤 그대 기억할까 마지막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던 사람을마지막 커피값을 지불한 사람을그렇게 이별은 사소했네이제 정갈한 뒷모습의 한 사람이 그리워지네
시인의 시작 노트살다보면 수없이 만나고 헤어지는 연습을 한다. 나는 그 길에서 언제나 나를 보내고 나를 만나곤 했다. 이별이란 따지고 보면 내 안에 존재한 나와 또 다른 내가 서로를 확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살아간다. 가능하다면 뒷모습이 깨끗하고 아름답기를 바라지만..... 사실 이 시는 사랑의 이별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정권의 뒷모습을 보며 쓴 글이였지만 시란 한 작품에 여러 개의 코드가 깔리기도 하는 것, 읽는 것은 그 개인의 사정에 따른다 하겠다.
종이 위에 연필로 부르는 노래 - 위승희- 痛點23
조그만 창이 있는 그 방은
꿈꾸기 좋은 방이었다
한 그루 나무를 손에 쥐고 나무를 그리면
나무는 더 큰 나무를 보여주었다
어느 틈 숲이 자라고
무성해진 숲에선 길을 잃기 쉬워
나는 나를 심기로 했다
연록의 수액이 내 몸으로 들어왔다
달팽이가
천둥소리가 담긴 바람의 비늘 한 개와
구름의 씨앗 한 톨을 가져왔다
숲 속에 왼종일 비가 내렸다
내 몸이 살랑거리며 뒤척거리며
조금식 열렸다
내 어깨에서 새 잎이 자랐다
나는 나무가 되어 나무의 노래를 흘려보낸다
누군가 꿈꾸기 좋은 방에 달린
작은 창을 열어 본
등껍질이 무거운 밤이였다
콜라 깡통 - 위승희─ 痛 點13
아침의 대기가 습기를 머금은 긴 혓바닥으로 나의 내면을 부드럽게 핥아주고 있네이제 모든 것이 끝났네 눈 비비는 나의 피로는 햇빛 속에 잠시 미아가 되었네
나 한 때 그럴듯한 이름을 가졌었네 빡빡한 밀도로 제어된 나의 몸 속늘 목구멍까지 차 올라 숨, 쉬, 고, 싶, 었, 네 치 - 이 - 익 - ......
나의 내장이 모두 비었을 때 익명의 즐거움이 찾아왔네 깊은 내장의 공간만큼울려나오는 해비메탈의 목소리는 근사했네 나는 거리를 뒹굴어 다녔네후미진 시장 어귀에서 사과상자의 끈끈한 타액을 빨았네 내 몸 어딘가를노리는 적의로부터 나를 구길줄도 알았네 은밀한 냄새가 풍겼네 나의 목소리까지도
나의 변신은 그렌저 바퀴 아래서 절정에 이르렀네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나의 과거, 변신은 완벽했네 지명수배 없는 완벽한 자유의 여행,그러나 나는 황폐해지고 있었네 발길마다 먼지와 오물들이 입 안으로 들어와내장에 암세포를 만들었네 먹구름이 몰려들었네
장대비가 쏟아졌네 어느 모텔의 불빛아래서 밤을 보내야 했네너무 쉽게 천국의 계단을 오르려는 긁은 팔뚝의 사내와 어린 나부,그러나 천국의 문턱에 이르지 못하고 계단 아래로 내리 쳐박히는부정형의 소리를 들었네 빗줄기는 소리의 입자들을 감싸쥔채 사정없이나를 때렸네 마구 비명을 질러대었네 내 소리에 재 귀가 따가웠네아무도 와주지 않았네 세상은 비를 타고 어둡게 가라앉았네
(천국은 어디란 말인가, 나는 무엇이던가,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이 익명의즐거움 따윈 차라리 절박한 고독이다, 무엇으로부터의 자유인가,천국은 없다......천국은......없......다)
나는 지금 오렌지빛 제복의 사내를 따라가네 그는 의사이거나혹은 神일지도 모르네 올려 들어 지네 내 몸이 빛을 따라 위로
어느 이혼녀의 죽음 - 위승희─ 痛 點27
그녀의 중심에는 은사시나무 숲이 있었다.
숲에선 밤마다 새들이 울었다.
새들의 눈물 흘러 검은 내를 이루고
부리를 쪼며 몸부림치던 새들,
젖은 깃털로는 날으지 못했다.
그녀의 옷은 늘 검었다.초록 옷을 입어도 검었다.
주홍빛 립스틱도 흰 이마도 추방되었다.
그 아득한 비밀,
(붉은 뱀들이 뱀딸기의 등뒤에 또아리 틀고 긴 혀를 내밀면
바퀴벌레들이 사선(死線)을 넘어 비밀을 갉아먹었다.
비밀은 비밀이란 말조차 하지 않는 법!)
그녀의 비밀은 검은 옷일 뿐이였다.
그녀는 어느 길도 가지 않았다.
길이 우두커니 선 그녀를 데리고 갔다.
선택할 권리 없는 길,
개들이 흘레 붙는 길모퉁이에 검은 물이 흘러들었다.
그녀는 조금씩 자신의 살점을 떼어 검은 물을 덮었다.
그녀의 중심에선 밤마다 새들이 젖은 날개를 털기 시작했다.
그날,
붉은 뱀들이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고 바퀴벌레들이
검은 물 속으로 기어들어
알몸으로 휘청이던 빛의 오후,
은사시나무숲이 요동칠 때
새들이 일제히 은빛 날개를 퍼득이며 날아올랐다.
숲이 불타올랐다.
복개천 검은 물이 목소리를 지우며 흐르는 땅에
죽음은 맨발이였다.
어린 딸의 푸른 울음으로
뱀들이 붉은 껍질을 벗고
바퀴벌레들이 양치질을 했다.
시궁물이 비밀리에 복개천 쪽으로 흘렀다.
그녀는 뱀가죽 신발을 신고 길을 걸어갔다.
피그말리온의 일기 - 위승희- 痛點 32
1
나는 한때 빵의 광신도였네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을 찬미하며
땀흘려 기도했네
원하는 쪽에서 바람이 불지 않는다고 궁시렁거리며,
2
배고픈 그믐밤,
나는 빵이 되지 않는 나를 버렸네
나는 무덤 속에 누웠네
달처럼 기우는 내 몸 안으로
지옥의 개들이 첨벙거리며
死者의 계곡을 건너는 소리가 들렸네
무언가 부시시 고개를 돌렸네
철없이 따버렸던 별들이 알을 밴 채
청동빛으로 죽어가고 있었네
3
무덤 속에서 나는 수의를 빨고 있네
간부처럼 낄낄거리며 흘러가는 거품, 거품, 거품들...
내 살갗에 보풀이 일어났네
보풀처럼 루시퍼의 목소리가 들려오네
'자, 먹어봐, 이건 정말이야, 달콤하다구'
내가 믿은 것은 정말 빵이었을까?
4
死者에게 빵은 더 이상 필요치 않았네
난 우울한 뼈마디를 세기 시작했네
아무래도 하나가 모자라네
나를 사랑하지 않으므로 버렸던 나, 내 사랑
그 빈 뼈의 자리에
죽은 별들의 애벌레가 꿈틀거리고 있었네
내 육신에 생기가 돌고
무덤 안이 조금 밝아졌네
5
등 굽은 바람이 내 무덤을 쪼개고
부패 직전의 내 눈을 씻어주었네
별의 애벌레들 날개 달고 하늘로 솟구치네
루시퍼, 루시퍼,
그대는 나를 깜깜하게 꺼버릴 순 없으리
내게 빵을 속삭이던 달콤한 목소리여,
보이는가
저 깜깜한 하늘에 빛나는 별들, 여, 전, 히!
이것이야말로 마법이네
6
오늘의 무덤은 내일의 요람,
나는 부활을 믿는 자,
골고다 언덕, 내 사랑의 부활을 기다리는
피그말리온
* 그리움은 바다로 길을 낸다 - 위승희
빈방에서 나 홀로 그림자와 이야기하다
옛 친구들 그리우면 바다로 간다
냇가에 뛰어놀던 벌거숭이 웃음
물결따라 자맥질을 하고 있네
온종일 울어도 눈물 흘리지 않는 바람과
홀로 먹이를 찾는 갈매기는 이야기하네
'파도는 부서져도 멍들지 않고 멀리서
희망의 출발을 하고 있다고
거기
떨어진 별이 살아 숨쉬는 곳에
검정 고무신에 고래를 키우며
맨발로 웃고 선 어린 내가 섬이 되었네
정선이, 병호, 기순이가 햇미역처럼 누워 흔들리고 있네
정선아 병호야 기순아 모두 모두 안녕
내가 하는 이야기는 모두 바다로 갔네
나도 지금 이야기 따라 바다로 간다
한 송이 들꽃으로 - 위승희- 이카로스
1
누군가 머물다 간 자리엔
깊고 깊은 우물 하나 생기네
그 우물에 제 모습 비춰보다 빠진 달
천상의 두레박으로 건져 올려
내 작은 손 위에 가만히 펼쳐 놓으면
솟구치는 이카로스의 날개가 보이네
우주가 내게로 더 깊어지네
숨은 별들에게 보내는 풀벌레의 노래로
하늘다리 놓는 긴 꼬리별
나는 그 다리에 올라 이카로스를 부르네
'이카로스, 이카로스, 너무 높이 날지 말아요'
2
달의 몸을 허물며 새벽이 왔네
대지의 첫 이슬 터질 때
새벽별 하나 닦고
깊고 깊은 우물은 스스로 문을 열어
내를 이뤄 가네
태양이 비추는 냇물 위에
이카로스의 날개가 떠가고 있네
우주의 검은 눈물 몇 방울 묻어가네
불쌍한 이카로스,
어느 틈 풀벌레의 눈빛 속에
내 날개 하나씩 날아 오르고 있네
나 그만 태양 속으로 까마득히
빠져 버리고 있네 시인들의 감성은 어떨까? 단 몇줄로 장편의 소설 서사시를 보는효과를 갖게 하는 저력의 힘은 어디에 있을까??위승희님의 시를 보면서 자칫 에로틱하다는 판단을 갖게 되는 생각을 떨치고자세히 감상하게 되면 사랑이라는인간의 대명제 아래 행해지는 다양한장르의 모럴 중엔 희생과 숭고함이 있는 대신에 위선과 배반을 일삼는그리고 사랑을 하였다가도 변심하는 많은 부류가 있는 것을 보게됩니다 좀 오래된 신문기사가 떠 오름니다.사랑을 오래 나누던 청춘남녀 한쌍이결혼을 약속하고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러 남자는 돈 벌러 중동으로 갔습니다그는 열사의 사막 모래 폭풍에서도 오직 사랑을 나누던 그리움만으로 꿋꿋하게일하며 봉급전액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송금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숙하기만 했던 고국의 그녀는 어떤 사연으로 다른 남자를 만나게 되고애인이 송금한 모아둔 돈으로 결혼식을 올리게 됩니다그당시에는 회사마다 인력 송출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어 개인신상에 대해 항상신경을 써주는 시스탬이 있었는데 급하게 연락을 하여 귀국 하게된 남자는자기 애인이 다른 남자와 결혼식을 올리는 신부입장 시간에 현장에 나타났습니다그리하여 식장은 아수라 장이 되었습니다이런 사건들은 단편적인 사례지만 짐승보다 못한인간 사랑에 대한 배신을 단 몇줄로 아름답게표현해 내는 詩는 신기에 가깝습니다
위승희 시인은 1963년 강원도 영월에서 출생하여 명지대 국문과를 졸업했다.풍요로운 자연을 벗삼아 뛰어다니며 놀던 이 자유로운 영혼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음악과 시에 뛰어난 재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타고난 아름다운 목소리와 뛰어난 곡해석,그리고 탁월한 언어감각은 아마도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길러진 것 같다.
이브탐춘 /혜원 신윤복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룹사운드를 결성해 활동을 했고 문학활동을 해왔다. 고3 2학기까지 성악을 공부했으나, 시인이 되고 싶어 집안의 기대를 저버리고 국문과에 진학했다. 대학시절엔 여러 대학의 가요제에서 수상을 하고연극공연을 하는 등, 다양한 예술쟝르에서 활동을 했다.
타고난 가창력과 끼로 인해 가수나 뮤지컬 쪽으로 데뷔를 하라는 주변의 권유가 많았으나, 시인으로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려왔다. 오랜 동인활동을 통해 각종 행사에서 시로 만든 곡들을 노래불렀고최초의 초현실주의 극단이었던 <아쉬레>에서 주제가를 직접 작곡 공연하였으며, 이근배 시 이대헌 곡의 <연가>(1997)와 <찬불가>(1998)등을 취입하기도 했다.1998년에 월간 <현대시>를 통해 정식 등단, "말을 쏟아내는 시의 육체를 가지고 있다"는 심사평을 들었다. 등단 작품이 바로 월평을 통해 다루어지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모반을 길어올리는 언어의 두레박을 가진 여자"라는 것이 주변에서 위승희 시인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화려한 음색에 실림 반항적인 어법이 아주 매력적인 위승희는 매체 환경에 대한 새로운 시작업으로 본격 멀티미디어 시 음반 <사이렌 사이키>를 김정란 교수와 함께 출반, 자작시를 세련된 음악으로 직접 노래하여 한국문단 초유의 음유시인이 되었다. 왕성한 작품활동을 통해 이미 문학적 역량을 인정받았으며, 대학 특강과 수십차례의 공연을 통하여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세종문화회관의 기획으로 첫 개인 콘서트를 가진 바 있으며, 시인과 화가, 그리고 음악가들이 함께모여 만든 <도.시.락. 특공대 2집>의 음반에 참여 하였다. 그녀의 문학과 예술에 관한 소신은 이미 여러 매체의 인터뷰등을 통하여 알려져 있다.한국의 문화관광부에 음유시라는 장르를 공식 장르로 등재한 장본인으로 현재 <현대시 엔터테인먼트>의 기획실장으로 또 다른 일을 하고 있다. - <사이렌 사이키> 앨범에서
위승희
'시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에대한시모음(비오는날에) (0) | 2020.12.08 |
---|---|
보현봉에걸친 초승달(달에대한시모음) (0) | 2020.12.08 |
귀뚜라미시모음(고엽 이브몽땅) (0) | 2020.12.08 |
프슈킨의 시모음 (0) | 2020.12.08 |
꽃 앞에서 바지춤을 내리다(청산은나를보고) (0) | 2020.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