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향훈 /평보
아카시아 향이
바람을 타고
퍼지자
끝내는 소꼽친구 코끝 까지
갔나보다
얘 너네 집도 향기가 나니?
아카시아 꽃잎 밑에서
각시하던 동무는
추억에 졎어
소식을 전한다
미소를 지으며
창을 열었다
아카시아 숲에서
가시 돋힌 사연
순백의 순정을 주던
사랑이 속삭이며
다가온다
꽃말 아름답고 영원한 사랑
우정.숨겨진 사랑.희귀한 연애
창문을 열면 삼각산 봄.여름 .가을 .겨울 황홀한 풍경
오월은 진한 아카시아 香氣가 침실까지 들어오니
어찌 아카시아를 찬미하지 않겠습니까!!!!
향기로운 숲을덮으며
흰 노래를 날리는
아카시아꽃
가시 돋친 가슴으로
몸살을 하면서도
꽃잎과 잎새는
그토록
부드럽게 피워냈구나
내가 철이없어
너무 많이 엎질러 놓은
젊은날의 그리움이
일제히 숲으로들어가
꽃이 된 것만 같은
아카시아꽃
이해인
<아카시아 시 모음> 권오삼의 '아까시 꽃' 외
+ 아까시 꽃
우리 아버지 할매
봄양식 떨어지면
하얀 사기 밥그릇에
하얀 쌀밥처럼
수북수북 담아
밥 대신 먹었다던
하얀 아까시 꽃
올해도 잊지 않고
하얗게
하얗게 피었습니다.
(권오삼·아동문학가, 1943-)
+ 아카시아 꽃
때묻은 동정처럼
겉으론 추레해도
바람에 밀려오는
향기가 그윽하다.
나비도 하얀 나비만
꽃을 알고 사귄다.
(김시종·시인, 1942-)
+ 아카시아를 위한 노래
가자. 이젠 기다림도 소용없어
만개한 오월이 너를 끌고
더 길어질 그림자 속으로 들어갈 걸
쪼로록 쌍으로 줄지어 펴진 잎새 사이
총총히 하얀 꽃 숭어리 흐드러져도
떠날 사람 다 떠난 텅 빈 시골길
네 향기 분분한들 누가 알까
가자. 눈먼 그리움도 소용없어
우거진 초록이 너를 안고
더 슬퍼질 추억 속으로 들어갈 걸
잉잉대는 꿀벌 날갯짓 바쁜 꽃잎 사이
까르르 웃어대는 하얀 향기 흐드러져도
잊을 건 다 잊은 텅 빈 산길에
네 마음 젖었다고 누가 알까
(목필균·시인)
+ 아카시아꽃
쑥죽 먹고 짜는
남의 집 삯베의
울어머니 어질머리.
토담집 골방의
숯불 화로 어질머리.
수저로 건져도 건져도 쌀알은 없어
뻐꾸기 울음소리 핑그르르 빠지던
때깔만은 고운 사기대접에
퍼어런 쑤죽물.
꽃이라도 벼랑에
근심으로 허리 휘는
하이얀 아카시아꽃 피었네.
(나태주·시인, 1945-)
+ 아카시아꽃
앞산의 뿌연 꽃
5월의 아카시아는
솔숲에 엉기어
안개처럼 피어난다
뒷산의 뿌연 꽃
5월의 아카시아는
찔레에 엉기어
구름처럼 피어난다
아카시아 꽃으로
메워진 골짜기마다
벌과 나비들이
잔치를 벌인다
(김동리·소설가, 1913-1995)
*문학사상 1998년 7월호에 공개된 미발표 유작시
+ 아카시아 향기에 취해
싱그러운 오월 아침
스치는 아카시아 향
수줍은 그리움 피어올라
아련한 추억 여행 떠난다
꽃잎 훑어 입 안 가득
달콤한 꽃향기에
함박웃음 지었던
학창시절 등굣길
과수원 길 따라
하얗게 피어 있던
어릴 적 아카시아꽃
상큼하고 아름다운
순백의 오월 천사
해맑던 그 시절
순박한 고향 그리워
설익은 꽃 향에 취해
가슴 깊이 묻혔던
옛 추억을 펼쳐 본다
(유명숙·시인, 1960-)
+ 아카시아 꽃 필 때
이제는 다시 못 올 꿈같은 기억의
낯익은 향기에
가슴 두근거리며 고개를 드니
아카시아 꽃이 가까이 피었습니다
하얀 꽃 엮어서 머리에도 쓰고
향기가 몸에 베일만큼
눈 지그시 감고 냄새를 맡던
얼굴 하얗던 사람
봄 햇볕이 따스한데도
그대를 생각하면
왜
눈물부터 날까요
호호 입으로 불고 옷에다 닦아서
당신을 가득 묻혀 내게 준 만년필은
몇 번 이사하면서 잃어버리고
아픈 가슴만 망울졌습니다
이젠 당신의 얼굴을 그리려해도
짓궂은 세월이
기억하는 얼굴을 흩으면서
아내와 비슷한 얼굴로 만듭니다
올해도 아카시아 꽃이 피었습니다
당신에게서 풍기던 향기가
올해도 나를 꿈의 기억으로 보냅니다
혼자서 하얀 꽃을 보면서 말입니다
(오광수·시인, 1953-)
+ 아카시아꽃·1
유월에도
함박눈 내리는가.
까마득히 푸른 가지 끝까지
하얗게 쌓이는 구름 빛 축복.
달빛처럼 교교히 퍼지는 향기는
내 어린 시절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던
어머님 품 같은 고향 내음.
꽃눈이 온다.
겨울 봄 다 보내고,
유월의 상흔 덮으려
하얀 아카시아 꽃
봄비 따라 내려 쌓인다.
(최제형·시인, 1954-)
+ 아카시아 꽃
5월은 계절의 여왕
신록의 화려한 옷을 입었다
창밖엔
온통 은은한 우윳빛
아카시아 꽃이 손짓한다
눈 내린 듯 하얗게
줄기 따라 피는 꽃이 아름답다
앉아서 바라만 보기엔
가슴이 뛴다 설렌다
가자!
손잡고 함께 가보자
따뜻한 가슴을 열고
시골 아낙네의 웃음 같은 꽃
시샘 없이 다투어 피고
향기도 더할 나위 없는데
앞산 소쩍새는
왜 저리 울어대는가.
(김용진·시인, 1939-)
+ 아카시아 꽃그늘에 앉아
아카시아 흐드러진
꽃그늘에 앉아 너를 생각한다.
맘 하나 툭툭 터트려
열어버리면 이토록 향기롭지 않느냐
오월 아카시아 가지마다
벌떼가 날아드는 건
아카시아 꽃 입술마다 농익은
맘의 단물을 머금고
사랑의 언어를 속삭이는데
얼마나한 서로의 행복이겠는가.
맘의 빗장은 애초부터 쓸모가 없음이야
참 인생은
맘의 문부터 활짝 열어놓고.
맘 하나 툭툭 터트려
열어버리면 이토록 향기롭지 않느냐
(허영미·시인, 1965-)
+ 아카시아 꽃
겉은 하얗게 여위었으나
향기는 터진
코피 빛깔이다.
알레르기 비염환자는
가까이 할 일이 아닌 것이
재치기가 도질 것이다.
법당 창이 훤히 열리고
향촛대에 아카시아 향이
가득하다.
부처님의 재치기를
큰스님은
듣지 못했다.
(진의하·시인, 전북 남원 출생)
+ 아카시아 나무에게
사실 나는 상상도 못했어
앙상한 가지에 마른 가시를 볼썽사납게 달고 있던 너에게서
이토록 달콤하고 부드럽고 향기 가득한 꽃이 피리라고는
정말 미안하구나 아카시아 나무야
어린 시절 주린 배를 채워 준 것도 너였고
나의 예쁜 첫사랑 계집애한테 선물을 만들어 준 것도 너였는데
정말 미안하구나 아카시아 나무야, 그만 까맣게 잊고 있었어
너는 아직도 산골에 남아 네 몸을 태워 가난한
이들의 추운 방을 데우는구나
너는 너의 가장 소중한 것을 바쳐
꿀벌을 기르고 정말 향기로운
꿀을 만드는구나
지난겨울의 가난과 고난은 너의
가시와 함께 꽃이 되고 꿀이 되는구나
네 몸의 가시는 너의 소중한 무엇을
지키기 위한 뜨거움이었구나
나무야, 나무야, 아카시아 나무야
이제서야 내 몸에도 가시가 돋는 이유를 알 것 같구나
나무야, 나무야, 5월의 아카시아 나무야
맨살로 다가가 피가 나도록 그 가시에 찔리고 싶은
(김시천·시인, 1956-)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아카시아길
슬픔이 있는
너의 모습이 좋아라
눈물이 흐르는 너의 향기가 아파라
호젓한 아카시아 길
홀로 걸으며
주렁주렁 늘어진
나의 슬픔들
온 산을 덮으며 타오르는데
잠시 바람에도 흐느끼는 향기
내 마음 그 어디를 찾아 흐르나
슬픔이 있는
너의 모습이 좋아라
눈물 감추는
너의 향기가 아파라
서정윤
봄날은 간다
작사 : 손로원
작곡 : 박시춘
편곡 : Unknown
1.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으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2.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딸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3.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 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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